도로가 영원처럼 길게 뻗어있다. 허물어진 빈집과 이정표가 유령처럼 양 옆을 스쳐 지나간다. 잿빛 도로. 햇살조차 상해버리는 길. 그 길 위를 달리며 그들은 다음 목적지로 향하는 중이다. 우린 십자가의 세로선을 가로지르는 중이야. 무시당할 걸 알지만 러스트는 아랑곳하지 않고 제 생각을 정제된 언어로 옮긴다. 그래? 그럼 가로선은? 다소 비아냥대는 말투지만 마티가 의외로 받아쳐준다. 거기에까지 도달할 수 있지는 모르겠군. 이미 도달했는데 미처 깨닫지 못한 상태일 수도 있고. 러스트가 말한다. 사람은 모두 저마다의 십자가를 지고 살아. 하지만 제대로 지고 사는 사람은 드물지. 무겁다고 불평하면서 무게를 가볍게 하려는 자들이 태반이니까. 아니면 애초에 이건 자기 십자가가 아니라고 우기거나 내가 왜 이따위 무게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