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덱 2

[ True Detective ] Holy Cross

도로가 영원처럼 길게 뻗어있다. 허물어진 빈집과 이정표가 유령처럼 양 옆을 스쳐 지나간다. 잿빛 도로. 햇살조차 상해버리는 길. 그 길 위를 달리며 그들은 다음 목적지로 향하는 중이다. 우린 십자가의 세로선을 가로지르는 중이야. 무시당할 걸 알지만 러스트는 아랑곳하지 않고 제 생각을 정제된 언어로 옮긴다. 그래? 그럼 가로선은? 다소 비아냥대는 말투지만 마티가 의외로 받아쳐준다. 거기에까지 도달할 수 있지는 모르겠군. 이미 도달했는데 미처 깨닫지 못한 상태일 수도 있고. 러스트가 말한다. 사람은 모두 저마다의 십자가를 지고 살아. 하지만 제대로 지고 사는 사람은 드물지. 무겁다고 불평하면서 무게를 가볍게 하려는 자들이 태반이니까. 아니면 애초에 이건 자기 십자가가 아니라고 우기거나 내가 왜 이따위 무게를..

기타 장르 2024.06.06

[ True Detective ] 여파

러스트가 운전대를 잡은 그의 손을 흘끔 보는 동안 마티는 오로지 도로에만 신경이 쏠려 있었다. 뭉툭한 손가락들이 가만히 있지 못하고 쉴새없이 꿈틀거렸다. 손톱에 미처 닦지 못한 흙먼지가 묻어있었다. 마티는 불안정하게 운전대를 고쳐잡았다. 에어컨을 켰는데도 마티의 관자놀이에서 식은땀이 연신 흘러내리는 것을 러스트는 가만히 지켜보다가, 입을 열었다. 차 세워. 뭐라고? 마티가 고개를 홱 돌려 조수석에 앉은 러스트를 노려봤다. 난데 없이 유리조각에 찔린 것처럼 날선, 그리고 깜짝 놀란 기색이었다. 세우라고. 차를. 러스트가 재차 말했다. 마티가 잔뜩 눈썹을 위로 치켜세우고 씩씩거렸다. 사실은 겁먹은 것이다. 왔던 길을 되짚어 다시 거기로 가라고 한 것도 아닌데도. 주위를 봐. 우리 말고 아무도 없어, 마티. ..

기타 장르 2024.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