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안 것은 사냥꾼에게서 도망치고도 훨씬 뒤였다. 숨을 죽여야 죽임당하지 않는 때가 잦았고 잰걸음으로 도망쳐야 하는 순간이 매번 이어졌다. 그런 긴급한 때에 서로를 부르기란 저어—기 나 야아— 면 충분했다. 목소리의 크기와 높낮이를 달리하며 손짓을 섞어가면 그런대로 대화를 할 수 있었다. 대화가 꼭 길어야 할 이유는 없었고, 그게 사적인 잡담이어야 할 필요는 더더욱 없었다. 잡담을 할 여유는 애당초 없었다. 밧줄의 매듭이 풀어지자 소녀는 곧장 천장에서 떨어졌다. 소녀는 떨어진 자세 그대로 가만히 있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얼른 주위를 둘러보았다. 소년과 눈이 마주치고 나서 헉, 하고 숨을 짧게 들이쉰 걸 보면 많이 놀란 것 같았다. 소년은 뻗은 손을 잠깐 뒤로 물렸다. 혹시 소녀를 채갔던 도자기 인형..